부의 증가가 행복의 조건은 아니다

우리는 국내총생산(GDP)으로 행복을 측정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경제학에서는 후생이라고 번역하고, 사회학에서는 복지라고 번역하는 영어 단어 ‘welfare’는 결국 행복의 또 다른 표현에 다름 아니다. 국내총생산으로 후생과 복지를 측정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이 물질적으로 생산하느냐가 행복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최근 영국의 신경제재단(NEF)란 곳에서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으로 행복지수를 측정해보니 측정 대상 151개 나라에서 1위는 코스타리카였다. 영국은 코스타리카보다 GDP가 50배 이상인데도 40위에 그쳤단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행복의 경제학>은 왜 물질주의 속에서 사는 우리는 여전히 불행한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티베트의 라다크라는 마을에서 25년간 현지 연구를 하여 저술한 <오래된 미래>라는 저자로 더 유명하다. 이 책에서 그녀는 결국 우리가 추구할 미래는 서구식 개발로 분열을 겪은 현대의 라다크가 아니라, 개발 이전의 라다크, 기존의 생태적 공동체임을 강조한다. 동일한 관점에서 <행복의 경제학>에서 그녀는 세계화가 불행, 불안을 야기하고, 그 대안은 지역이라고 주장한다.

세계화가 불행과 불안을 야기한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세계화는 물질적 부를 효과적으로 추구하는 체제다. 이 체제하에서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우리의 생각이 물질에 종속되고 더 많은 물질적 부를 끝없이 추구하도록 강요된다. 문제는 이 체제하에서 우리가 스스로 편안하지 못하고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상은 물질적 부 자체도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니 총량으로서의 물질적 부가 증가하면 우리가 무조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즉 어떻게 생산하고, 어떻게 분배하는가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지역에 주목한다. 지역이라는 대안을 지지하는 흥미로운 예로서 지역의 독립적 서점과 체인 서점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있다. 지역 서점에서 사용한 100달러는 지역에 45달러의 환류를 가져온 반면, 체인 서점에서의 100달러 지출은 지역에 겨우 13달러만 남겨주었다.

그렇다면 하나의 질문이 제기된다. 이 책에서 수많은 사례를 통해 제시하는 바와 같이 많은 대중들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면 왜 이 체제는 여전히 유지되는가?

미국 사회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문화창조자, 현대인, 전통인이라는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다. 문화창조자는 인간의 가치, 환경, 공동체를 중시하는 진보파다. 두 번째의 그룹인 현대인은 물질적 부가 행복을 결정한다고 믿고 있으며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세 번째 그룹인 전통인은 공동체를 추구하나 종교, 도덕 등도 중시하는 보수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각 26%, 49%, 25%를 점하고 있다고 한다.

이 비율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을 이유도 없고 우리나라에서 그 비율이 동일하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 하지만 공동체를 중시하는 문화창조자와 전통인을 합하면 약 51%가 되지만 이들이 공동체 외의 다른 가치에 대해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물질주의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대로 생각하면 공동체에 대한 생각은 이념적 차이를 제외하면 의외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 주변의 사례에서도 이미 이 점은 점차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협동조합법의 제정으로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사회적 조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기업이라는 경제적 조직은 당연히 이윤을 추구하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조직만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비영리 조직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대학, 시민단체, 협동조합 등이 모두 그러한 예다. 이러한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적 자치능력(self-governing capacity)이다.

기업이라는 말의 영어 단어 중 ‘company’라는 단어는 ‘빵을 같이 나눠 먹는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실 기업이라는 영리 조직조차도 일정하게 공동체적 관점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수많은 공동체들이 모여서 오늘날 복잡하고 거대한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아닐까? 독자 여러분은 문화창조자, 현대인, 전통인의 어디에 속하는가를 스스로 자문해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여러분이 속해있는 수많은 공동체를 어떻게 자치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보시기를 권한다.

안현효 대구대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 - 대구일보(2013. 0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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