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아카데미 센터장 송호상(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너무나 잘 아는 듯한 ‘이순신’장군의 명량대첩을 영화로 만든 ‘명량’이 천만관객을 돌파하였다 한다. 나이 드신 분들은 영화를 보고 나서 시의 적절하다느니, 이를 보고 애국심을 길렀으면 좋겠다느니, 나라에 저런 지도자가 있어야 될텐데 라고 한마디 씩 하신다. 젊은 친구들은 글쎄...‘변호인’이나 ‘명량’같은 영화를 보고 그런 인물을 바라는 그 마음들이 얼마나 지속될런지는, 그 마음들을 지속되게 하는게 정치가들이나 교육자들이 해야될 일이 아니겠는가..
언제부터 영화가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다가 왔을까. 잘 알다시피 나운규의 아리랑이 제작 상영된 1920년대부터 였으리라. 이때는 무성영화의 시대였다. 배우도 물론 중요했지만 ‘변사’ 또한 중요한 존재였다. 그 변사들의 해설과 등장 배우의 대사에 대한 성대묘사는 내용에 대한 이해와 극적 감동을 주는 결정적 조건이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무성영화 1930년대 작품인 '청춘의 십자로'의 한 장면)
변사들은 영화가 상연될 즈음이면 악대의 전주와 함께 무대에 올라 먼저 인사말과 다음 영화의 예고편을 설명하고, 이어 본편을 해설하였다 한다. 이러한 변사들도 이른바 토키(Talky)영화가 등장함에 따라 사라져 갔다.
1930년대 대구에도 만경관, 대구극장, 키네마 극장 등 여러 극장들이 성행하였다. 이 시기 대구 K고보와 K 여고보를 다닌 두 분 어른의 구술을 통해서 당시 대구의 영화관과 그 관련 이야기를 살펴보고자 한다.
K여고보를 다니신 어르신께서는 대구극장에 대해 “대구극장카는거, 옛날에도 대구극장카는게 있었는데, 그기 인자 극단들이 오마 연극하는 사람들이 오마, 일주일을 하는데, 매일매일 프로가 다르다 카데예(다르다하더군요). 거기가 다다미방이라예. 의자가 아니고 다다미 쫙 깔아놨는데... 우리는 내가 우째 한번 따라가 봤는가 생각이 잘 안나는데 다다미라 카는 기억은 있고... 우리 시어머니가 좌우간 첫날부터 끝날 때까지 매일매일 가셨거던예”라 기억하시고 계셨다.
(1938년 대구키네마극장 매표소, 대구출신 사진작가 최계복선생의 작품집 <영선못의 봄> 가운데)
그리고 K고보를 다니신 어르신은 “가끔 영화를 보기는 봤지요. 영화관도 만경관 대구극장 그담에 호락관. 호락관 카는기 만경관 위에.. 아세아 극장 그 뒤에 있었지. 아세아 극장은 지금 없어졌고. 시장 안에 들어가면 자유극장 카는 기 있었어요. 자유극장 맞은 편에 송죽극장. 그런 것들이 극장인데, 그 시절에도 극장은 몰래 갔어요. 잡히면 퇴학 당하니까. 지금 나도 생각나는데 가마이(몰래) 주로 하복 입고 모자는 들어올 때 숨겨가지고 자유극장하고 호락관에 (지금 송죽극장) 구경 갔지요. 그리고 대구극장. 그때 대구극장은 연극만 했지, 영화관이 아니고. 그 때 학생 때 본 영화가 황야의 7인인가.. 기억이 불확실하네요.” 라 하셨다. 그때는 학생 신분으로 극장출입이 어려웠던 모양이다.
대구도 다른 도시 못지않게 영화관이 많았다. 내 기억속의 영화관 만 해도 대신동 시민극장, 비산동 사보이극장, 신진극장, 달성동 동아극장, 그리고 시내쪽으로 가면서 만경관 아세아, 대구극장, 그리고 교동시장 쪽으로 들어가는 길의 자유, 송죽, 교동 시장 뒤쪽의 국제극장, 그리고 동성로쪽으로 오면서 한일극장, 아카데미, 제일, 그리고 남문시장 쪽의 대도와 대한극장. 그리고 칠성시장 건너 신도극장. 아...신도극장 빼고는 다 가본 듯 하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들어간 그 어둠 속에서 본 장면들... 물론 영화만의 기억은 아니다. 그 외의 기억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추억의 장소인 극장이 아마 이보다 더 많이 있었을 것이다. 이 가운데 지금껏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있는가? 건물도 사라지니 추억도 사라지는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