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아카데미 센터장 송호상(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동산, 그 지명에서 한자 표기가 구리 동의 銅山 보다는 東山이 보기는 좋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든다. 동녘 동(東)자를 쓰면 그 기준은 어디인가 하는 문제이다. 골목 문화해설사 등은 달성공원을 기준해서 그렇다고 한다. 달성공원이 왜 기준이 되는지, 달성공원의 어느 장소가 기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마을 인근의 작은 산이나 언덕을 부르는 동산이라는 의미에 그냥 한자는 동녘 동자를 써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선 글에서 이 동산에 미국선교사들이 주거타운을 형성하였다고 소개하였다. 1900년에서 1910경에 선교사들의 집이 완성되었다. 선교사들의 집 부근에 신명학교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 옆(지금의 제일교회 교육관자리)에 대구성경학교(영남신학대학교의 전신)가, 그 서쪽 천왕당지(天王堂池) 옆에 계성학교가 있었다.
(사진 1. 1906년 개교당시 계성학교전경)
또 당시의 서문시장은 지금의 행정구역상 ‘시장북로’라 불리는 곳에 있었다. 지금의 대신동 섬유회관 건너 서성로교회 옆길로 들어가서 달성공원쪽으로 가던 그 길에 서문시장이 있었다.
이곳에서 1919년 3월 8일 대구에서의 만세시위가 전개되었기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삼일운동길을 정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삼일운동 길’은 계성학교와 신명학교 학생들이 이동했던 길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문시장에서 시작된 만세시위대가 지나간 길은 아니다. 이른바 대구에서의 3.1운동의 이동경로는 다른 길이었다. 사진 2는 1919년도에 제작된 대구지도이다. 지도의 하단 왼쪽을 보면 천왕당지가 보이고 그 옆에 계성학교가 있다. 그리고 천왕당지에서 두시방향으로 서문시장이 보인다. 지금의 서문시장은 1922년 일제가 3.1운동이 일어난 시장을 없애고 빨래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천왕당지를 매워 시장을 옮긴 것이다.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없애 그 기억을 지우고자 하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 동산 일대를 확대한 지도(사진 3)를 보면 지금의 계단은 나타나지 않는다. 아마 길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계단 길을 내려 오면 우물이 있었다고 한다. 그 앞은 개천이었다. 지금의 계산성당에서 달성공원쪽의 도로는 복개도로이다. 1930년대 지금의 신명여고 앞의 사진(사진 4)을 보면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사진 2. 1919년 제작된 대구지도 -녹색선이 시위대가 지나간 길)
(사진 3. 표시된 부분이 계단길로 추정)
(사진 4. 1933년 대구제일교회에서 주최한 주마정벌군의 시가행진장면)
그렇다면 어느 길이 대구에서 3.1만세운동이 전개된 곳인가. 당시의 재판기록 등을 참고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거사 당일 서문시장(지금의 시장북로 쪽)에는 계성학교 신명학교 대구고보 성경학교 천도교계 교남학교 학생과 장날 상인들과 농민 등 1천여명이 모여들었다. 이만집목사는 모여든 군중 앞에 나아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자 하였으나 일제 경찰에 의해 제지되었다. 이에 다급해진 그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독립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조선이 독립할 수 있도록 각자 힘차게 만세를 부릅시다”라고 하면서 대한독립만세를 선창하였다. 그 순간 참여한 학생과 상인 농민등이 동조하여 만세를 부르며 시위행렬을 이루었다. 이들 시위대들은 일본경찰의 저지를 돌과 나무막대기로 맞서 싸우면서 태극기를 앞세우고 서문다리(서성로 교회 앞)를 지나 대구경찰서(지금의 중부경찰서)를 지나 종로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약전골목쪽으로 행진하여 지금의 중앙파출소를 지나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으로 행진하였다. 이 때 남산동쪽에서 신명학교 학생들 일부가 만세를 부르며 대열에 합류하였다. 이들이 동성로(지금의 대구백화점 부근)에 다다르자 일제 경찰은 기마대와 무장군인을 동원하여 시위대를 해산시키고자 하였다. 인근 주민들까지 가세한 만세시위에 대해 일제경찰은 무차별적인 폭력진압을 시도하였으며, 결국 이만집 목사를 157명이 검거되었다.
(사진 5. 현재 3,1운동길이라 기념하는 곳)
어느 장소의 역사성을 찾아내어 기념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의미가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역사적 고증이 먼저 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의 3.1운동길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시위의 중심행렬이 지나간 곳은 외면하고 ‘동산’이라는 장소의 의미를 부각시키려는 부분에 집중해서 이 길 만을 지칭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