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원 김요한(대구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 산업정책팀장)
오트 프로방스의 고산지대를 여행하다가 한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 혼자 살면서 해마다 꾸준히 나무를 심고 가꾸는 한 양치기였다. 그는 홀로 묵묵히 나무를 심어 황폐한 땅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가 매일 밤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골라 놓은 100개의 도토리가 1만 그루의 떡갈나무가 되었고, 다시 너도밤나무, 자작나무가 똑같이 골짜기마다 심어졌으며, 20년간 오직 한 사람의 영혼과 손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새로운 숲이 탄생하였다. 모든 것을 놓고 경쟁하며 들끓는 불만으로 폐허가 된 마을이 새로운 숲으로 조금씩 되살아났다. 옛 주민들과 새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마을이 된 것이다.
장 지오노(Jean Giono, 1895~1970)의「나무를 심은 사람」엘제아르 부피에의 이야기다. 지오노의 이 단편소설은 애니메이션으로도 접할 수 있다.「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고 주인공 부피에의 삶에 큰 감명을 받은 세계적인 화가 프레데릭 바크가 5년 반 동안에 2만 장의 그림을 그려 완성했다. 제60회 아카데미상에서 단편상을 받을 만큼 유명한 작품이 되었고, 다행히도 이 영화는 우리말 비디오로도 제작되어 현재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엘제아르 부피에의 이야기는 단지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이나, 나무 심는 것을 장려하는 것 이상으로 깊은 감동을 주고 있는데, 이는 우리 모두가 열망하는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행복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깨달음과 희망의 ‘도토리’를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어떤 ‘작은 사람’도 참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고 있다. ‘그는 나무가 없기 때문에 이곳의 땅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달리 해야 할 중요한 일도 없었으므로 이런 상태를 바꾸어 보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부피에는 쉰다섯 살 무학의 고독한 양치기였다. 특별히 중요한 일을 찾아 나선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을 뿐이다. 시작하기에 늦은 일이란 없다.
장 지오노는 부피에와의 대화를 통해서 또한 우리에게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남을 위해 일하는 희망의 ‘도토리’를 심어주고 있다. ‘나는 그곳이 그의 땅이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누구의 땅인지 알고 있는 것일까?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저 그곳이 공유지이거나 아니면 그런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그 땅이 누구의 것인지 관심조차 없었다. 그는 아주 정성스럽게 도토리 100개를 심었다.’ 장 지오노가 처음 보았던 마을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견디기 어려운 날씨 속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서로 밀치며 이기심만 키워가고 있었다.
오로지 더 많은 숯을 만들어서 팔고자 했던 부질없는 욕심으로 황폐한 땅만 앙상하게 남은 것은 개인주의적 사리사욕이 결국 공동체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었다.
엘제아르 부피에는 다시금 침묵 속에서 서두르지 않고 속도를 숭배하지 않고, 굽힘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희망의 ‘도토리’를 심어주고 있다. 권력이나 부나 인기를 추구하게 되면 서두르게 되거나, 위기를 맞게 되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한때 부피에는 1년 동안에 1만 그루가 넘는 단풍나무를 심었으나 모두 죽어 버린 일도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 해에는 단풍나무를 포기하고 떡갈나무들보다 더 잘 자라는 너도밤나무를 심었다.’
이제 부피에가 우리에게 침묵 속에서 묻는다.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 당신은 어떤 희망의 ‘도토리’를 공유지에 심고 있습니까? 오늘 밤 옷깃을 여미며, 앞에 있는 도토리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