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엄창옥(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대구·경북지역에 새로운 움직임이 미세하게 감지되고 있습니다. 작은 움틀거림, 아직은 그것이 무엇인지 눈앞에 분명히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우리 지역이 변화하려면 지금까지의 관행 그대로, 그냥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그 무엇이 절박함으로 느껴집니다.
이제 우리는 그 작은 움직임이 무엇인지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움직임이 자라나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서로 협력하고 마음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시민적 거버넌스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 지역에서의 작은 움직임은 세 가지로 감지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보수 진영에서의 움직임입니다. 한 보수정당의 슬로건에서도 ‘보수가 혁신을 이루겠습니다.’라는 말에서 보수혁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슬로건은 최근 ‘방탄 국회’나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그 한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경북이라는 지역수준에서 보면 그 의미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지역을 보수의 아성이라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보수를 통해서는 그 어떤 지역혁신에도 한계가 있다고 단정하게 되는가? 그렇다면 우리지역에서의 혁신에 대한 희망을 기대할 수 없게 되고 마는가? 새로운 시장의 취임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역 혁신의 작은 변화를 가치 있게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둘째는 지역정서의 변화 움직임입니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에서의 변화를 보면서 대구·경북지역에서의 변화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당 주도적 정치구성이 가져오는 다양한 병목현상들을 보수 스스로가 자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보수 인사들이 긴장해야할 대목입니다. 이러한 ‘보수 자각’과 ‘보수 변혁’은 미묘한 긴장관계를 낳는데, 우리는 이러한 긴장이 지역변화의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셋째는 시민단체의 변화입니다. 지역 시민단체의 사회적, 정치적 지향점이 어디냐에 불문하고 우리지역사회에는 변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단체들 간에는 최근 우리지역에서 모처럼 일어나고 있는 지역혁신의 바람을 이제는 잠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묵시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사회 변화를 기대하는 시민단체들에게는 지역의 다양한 시민들의 힘을 모아 모처럼 제안된 ‘보수 혁신’의 가능성을 지역 수준에서 실현해내는 일이 현 시점에서의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대구사회연구소에서 ‘대구사회 혁신 아카데미’를 기획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9월 25일부터 혁신아카데미가 개강합니다. 이번 혁신아카데미의 특징은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라운드테이블에 앉는다는 점이고, 유명강사의 강의만 듣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선진 공동체 사회에서 실현되고 있는 지역혁신 사례를 대구지역사회 안에서 어떻게 현재형으로 체화해낼 것인지를 토의하고 모색하는 공간을 만들어 본다는 점입니다. 지역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이마를 맞대고 지역혁신의 방향과 내용을 모색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현재의 당면과제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번 '대구사회 혁신 아카데미'에 대구시민들, 특히 대구사회연구소원들의 많은 참석을 기대하면서 민족 대명절 한가위를 맞아 소원 여러분들의 가정마다 행복이 깃드시기를 빌어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