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이사 박병춘(계명대학교 경영공학과 교수)
극보수주의자가 문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싸움의 주요한 전장은 뇌이다. 위험에 처한 것은 한국이 지향해야 하는 나라의 모습이다. 그들의 목적은 보수의 도덕적 세계관에 맞도록 한국을 급격히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 싸움은 민주주의는 물론 민주주의에 어울리는 모든 것을 위협하고 있다(p. 27).
극보수주의자가 추구하고 이미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이러하다. 그들은 부의 엄청난 집중과 통제에 근거한 권위적인 위계를 만들고, 공포와 협박, 순종에 근거한 질서를 중시한다. 그들은 정부가 허약하기를 바라고 권력의 균형이 없는 것을 바란다. 또한 그들은 우선순위를 공공 부문에서 기업과 군 부분으로 넘기고, 책임을 사회로부터 개인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들은 투표하는 사람과 투표를 계산하는 방식을 통제해 선거를 통제하고, 미디어를 통해 개념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그들은 가부장적인 가정의 가치를 종교와 정치, 시장에 투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 민주주의의 미래가 위협을 받고 있다.(p.27-28)
정부는 공공 자금과 인력, 재산을 사용해 사기업과 여타 후원자의 필요를 충족해 주는 도구가 되었다. 로비스트들이 정부 기관을 운영하기 위해 들어왔다. 나중에 그들은 사기업의 돈 많이 버는 자리로 떠났다. 공공의 비용으로 사적인 이득을 제공하기 위해 정부의 기능은 제거되고 민영화되었다.(p.140)
기업의 일차적 사명은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역량을 강화하는 도덕적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와 경영진을 위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기업은 일반 대중이 아니라 주주에 대해 책무성을 지니고 있다. 공익과 기업의 이익이 충돌할 때 기업은 필연적으로 공익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p.194)
민주주의가 사영화(privateering)의 첫 희생자이다. 우리의 생명이 사기업의 지배를 점점 더 많이 받고 있다. 우리는 사기업을 선출하지도 않았고, 이들을 현재 지위에서 내쫒을 수도 없고, 이들에게 우리에 대한 책무성을 다하게 할 수도 없다. 사영화가 시행될 때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조금씩 빼앗긴다.(p.195)
일단 정부 역량이 훼손되고 사기업이 정부의 기능을 수행하는 유일한 대안이 되는 한, 정부 역량을 다시 구축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발생했던 일은 기업이 사적인 정부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기업은 우리를 지배하지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미래에 행정부가 정한 가격(세금)이 아니라 시장이 책정한 가격에 따라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다. (p140-141)
이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도덕적 토대가 주요한 제도적인 측면이나 물질적인 측면에서 은밀하게 아주 많이 바뀌고 있고, 이미 그렇게 바뀌어왔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p141)
이상의 글은 『폴리티컬 마인드』(조지 레이코프 지음; 나익주 옮김)의 일부분으로, 여기서는 단지 “미국”을 “한국”으로 대치만 하였다. 미국에 관한 글이지만, 그 관점의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재 우리나라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도 그렇지만 현재의 박근혜 정부도 자신들이나 자신들의 지지세력에게 필요한 것은 어떠한 경우라도 관철시키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화합이나 국민소통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왜 5년짜리 대통령 정부가 그렇게도 국민들의 원성을 들어가며 집요하게 일견 불필요하게 보이는 일들을 자초하고 거기에 집착할까?
레이코프에 의하면, 미국에서 보수주의자들이 해온 일들은 우리 뇌의‘모판(seedbed)’을 준비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끊임없이 대중에게 먼저 다가가 자신들의 세계관과 심층의 프레임을 주입함으로서 많은 뇌 변화를 이끌어 냈고, 그것을 반복함으로서 그 변화를 영구적으로 만든다. 언어와 개념, 영상, 상징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보수적인 사고 양식을 활성화하고 진보적인 사고를 억압한다. 그 결과 보수주의자들은 더 손쉽게 효과적인 슬로건과 메시지를 구성할 수 있었고, 진보적인 메시지는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토양이 진보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보수적인 메시지를 위해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과연 미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가? 우리 근처에서도 많은 징후가 보이고 있다. 특히 비록 형식적이긴 하였지만 나름대로 공정성이라는 규칙을 어느 정도는 존중하였던 기존 공중파 방송시스템을 부정하고 더 나아가 조롱하는 듯한 종편들의 운영 형태를 보면 레이코프의 경고는 섬뜩하기조차 하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안녕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