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 서영훈
얼마 전 대구청년유니온은 지역 청년들을 직접 인터뷰하여 그들의 목소리와 고민을 담아 작은 소책자를 발간했다. 책제목은 ‘아는 사람 이야기’. 인터뷰어들을 모집하고, 인터뷰 대상을 선정하고, 취재와 편집을 하는 과정은 초보인 우리들에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 속에서 청년문제와 해결 방향을 끄집어내고자 한 의미 있는 시도였고, 기존의 청년담론에 지역성을 더하고자 노력했던 과정이었다. ‘아는 사람 이야기’는 아르바이트, 부채, 지역중소기업, 비정규직, 창업, 구직 총 6개 주제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았는데, 그 중 필자는 구직기에 있는 청년들의 인터뷰와 내용 편집을 담당했었다. 구직기편에 실린 글 중 구직기에 있는 청년들을 위한 몇 가지 정책 제안을 이 글에 싣고자 한다.
우선 청년들이 자신의 비전과 새로운 직업 세계를 탐구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과도한 입시와 성적지상주의 사회 안에서 청년들은 자신의 삶과 사회적 가치, 새로운 사회 비전이나 변화에 대한 이해나 사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초중고 혹은 대학 초년생들의 교육시스템 안에서 그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상상력의 범위를 우선 확장시켜 줄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자신의 적성이나 장점과 연결시켜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한다. 이는 단순히 나열식 제시가 아니라 인문학적 토대 위에서 사고력과 상상력의 범위를 넓혀주는 교육 내용과 결합되어야 한다. 또,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청년들이 겪고 있는 구직 스트레스는 이미 허용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심리 상담은 이미 하나의 사회적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그들에게 전문적인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적인 청년 비전심리상담센터 건립으로 대책이 모아져야 한다.
두 번째, 청년과 청년구직자를 위한 사회보장 정책의 확대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청년들이 구직기간 중 겪는 경제적, 심리적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당장 예산 지원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청년구직자를 위한 학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한다던지, 청년을 포괄하는 생활임금제도를 공공기관에서부터 우선적으로 시행한다던지 하는 방향으로 실현가능한 대안부터 우선 마련해 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청년이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주거와 보육복지, 문화바우처 등 종합적인 청년 복지 대책을 설계, 대구가 청년복지에 특화된 도시라는 대책과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세 번째, 새로운 혁신일자리 창출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청년실업은 주로 고학력 청년층들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지역 산업 업종이 제대로 들어맞지 않고 있다. 청년창업역시 주로 IT와 유통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형편이다. 지역 산업을 현재 사회 변화에 맞추어 사회공공서비스, 문화·예술, 교육, 도농네트워크 구축, 마을공동체 지원 등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이들 분야에서 고학력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들 스스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선택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여기서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청년일자리허브’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서울청년일자리허브’는 청년들의 다양한 활동과 상상력,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여기에 다양한 인적, 물적 자본과 네트워크를 지원함으로써 청년 스스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청년활동지원 조직이다. 이 사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지역화 시키기 위한 노력은 현 정부의 창조경제 코드와도 맞아 떨어진다. 창조는 청년들에게 그런 여건이 주어질 때 가능할 것이다.
네 번째, 일자리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력이다.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일자리 양극화에 있으며, 이는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요구로 분출한 바있다. 대구청년유니온이 2012년 실시한 청년취업 실태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지역 청년들이 꼽은 청년실업 해소 방안은 지역 중소기업의 육성이었다. 이는 장기적인 과제로써 대기업 독점에 대한 규제와 함께 자립력과 독자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 육성에 지역의 상당한 역량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청년노동의 다수가 되어버린 비정규 노동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의 사용을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부득이하게 사용하더라도 정규직에 준하는 수준으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만약 일자리 양극화 문제의 해결에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 상태에서 제시되는 청년 대책들은 모두 공염불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단기적인 성과 중심의 대책, 일자리의 양적 공급에 치중하는 정책의 한계가 상당수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 지금부터는 청년구직자들의 눈높이에서 그들과 함께 소통하는 가운데 청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 지역에서 청년들을 위한 복지정책이 새롭게 설계되고 그들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한다면 타지로 나가는 청년들의 발걸음은 반드시 다시 대구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새로운 지역의 청년 대책은 그 지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